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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만일 성경에 기록된 대로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 하신
최고의 법을 지키면 잘하는 것이거니와... (야고보서 2:8)

제목 좋은 집의 조건
작성자 민귀식
작성일자 2024-05-02
조회수 5507
추천수 419

좋은 집의 조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진짜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지위가 아니라 삶을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느냐는 것이고, 무엇을 많이 가졌는가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무엇을 베풀며 사느냐 하는 점이며,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나를 얼마나 존귀한 친구로 인식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중국 남북조시대의 남사(南史)에 보면 송계아(宋季雅)라는 고위 관리가 정년퇴직을 대비하여 자신이 노후에 살아갈 집을 보러 다닌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지인들이 추천해 준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살펴보았지만 마음에 썩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그 집은 당시 아주 겸손하고 덕망이 자자한 여승진(呂僧珍)이라는 현인이 사는 집 옆이었습니다. 송계아는 그 집을 사되 현재 시세(백만금)보다 훨씬 더 많은 대금(천 백만금)을 주고 사게 되었습니다. 그 집값은 백만금밖에 안 되는 집인데 천 백만금이나 주고 샀다는 소문에 이웃 집에 살고 있었던 현인 여승진이 이사를 와서 인사하기 위해 찾아온 송계아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금액을 주고 이곳으로 이사하셨습니까?” 현인 여승진의 질문을 받은 송계아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백만매택(百萬買宅)이요, 천만매린(千萬買隣)이라.”(백만금은 집값으로 산 것이며, 천만금은 선생님과 이웃이 되기 위한 금액입니다.)


예로부터 좋은 이웃과 좋은 친구와 더불어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복된 일로 여겨졌습니다. 백만금으로 집값을 주고 천만금으로 좋은 이웃을 만나고자 했던 송계아의 일화를 들으니 나는 정말 좋은 이웃이며, 좋은 친구인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화향백리(花香百里)요, 주향천리(酒香千里)며, 인향만리(人香萬里)라고 했습니다. 이 말의 뜻은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 리를 가게 되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가고도 남는다”는 뜻입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사랑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는 인생의 디딤돌이 되고 인생의 징검다리가 되며 인생의 역사가 되어 오고 오는 다음 세대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이 되는 인생의 길이 됩니다.

 

좋은 집의 조건은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송계아는 집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좋은 이웃을 옆에 두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명당을 찾아서 집을 건축하기도 하고 건축한 집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명당(明堂)이란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를 세워 둔 곳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자랑하는 특별한 곳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땅의 기운으로 갑부(甲富)가 되려거든 돈이 많이 움직이는 주식시장으로 가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이며, 놀라운 힘을 가진 권력자가 되고자 하거든 힘의 원천이 있는 여의도와 용산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명당이란 주어진 지형지물(地形地物)에 의해 선정되는 곳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좋은 이웃사촌이 되어 마음과 마음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높이고 섬기며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꽃피우며 사는 바로 그곳이 우리가 찾는 명당 가운데 명당일 것이요 행복을 꽃피울 수 있는 에덴동산이 아닐까요.

 

중국이 낳은 현인 공자 선생은 “주거지를 선택할 때는 그 마을 사람의 따뜻한 인정이 있는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옳은 지적이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과 사고는 이제 우리를 그다지 놀라게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심 한복판 공동주택에서 엘리베이트를 타고 함께 오르내리며 매일 얼굴을 마주 대하는 사람들끼리 살고 있는 아래위층 사람들이 한밤중에 들려오는 층간 소음을 견디지 못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던 식칼로 위층 사람을 살해했다는 뉴스를 몇 일 전 접한 바 있습니다. 늘 얼굴을 마주 대하는 옆집 사람이 자기 집 앞에 차를 주차했다는 이유로 싸움이 벌어져서 이웃을 살해하는 불행한 일까지 발생하는 가슴 아픈 뉴스도 방송을 통해 접한 바 있습니다. 또한 자기 집 앞을 지나다니면서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린다는 이유로 인해서 시비가 붙어 두 사람이 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일이 화근이 되어 그 집이 불타는 끔찍한 화재로 이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불행한 사건과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잘못된 집터 때문일까요? 아니면 성숙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인격 때문일까요? 저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너그러운 마음가짐과 성숙한 인격을 소유하게 된다면 결코 위에서 열거한 불행한 사건과 가슴 아픈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집이 서 있는 집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사람들에게 있는 법입니다.

 

어느 지역이든지 누가 살든지 문제는 그 터전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들이 서로 섬기며 살고 높이며 살고 사랑하며 살면 좋은 마을, 최고의 터전, 명당 가운데 명당이 되고 에덴동산이 되지만 서로 용서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을 원망하며 살고, 시비를 걸며 살고, 정죄하며 살고, 싸우며 살 때, 아무리 좋은 배산임수의 터전이라 할지라도 그 자리는 명당이 아니라 끝없이 싸움이 이어지는 전쟁터가 되고 지옥이 되는 법입니다. 우리 다 함께 좋은 사람, 성숙한 인격의 주인공이 되어 살기 좋은 명당, 에덴동산을 만들어 가는 멋진 시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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