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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만일 성경에 기록된 대로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 하신
최고의 법을 지키면 잘하는 것이거니와... (야고보서 2:8)

제목 모래를 품은 진주조개처럼
작성자 민귀식
작성일자 2024-05-02
조회수 5683
추천수 419

모래를 품은 진주조개처럼

2024년 4월 27일

서양 풍습에서 결혼 30주년을 맞이하게 될 경우, 온 가족들과 친지들이 함께 모여 결혼 30주년을 축하하며 기념하는 ‘진주혼식’이라는 의식을 갖게 됩니다. 이 진주혼식은 부부가 서로 진주로 만든 선물을 주고받기까지 합니다. 진주는 얼어붙은 눈물(Frozen Tears)이라 불리는데 그 이유는 진주의 탄생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진주는 모래알이 조갯살에 박히게 되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이때 조개는 자신의 피라고 할 수 있는 진주층(nacre)이라는 특수한 물질을 분비하여 모래로 인한 상처를 감싸주며 치료하게 됩니다. 그렇게 수없이 모래알을 계속 감싸게 되면 하나의 아름다운 진주가 탄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 나오는 진주의 체액은 아주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생성되기 때문에 조개에겐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고 합니다. 그 고통 때문에 진주가 모래알의 상처를 무시하면 당장의 고통은 경험하지 않지만 결국 상처 부위는 곪고 병들어 조개는 죽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진 고통과 아픔을 잘 극복하게 될 경우 조개도 살고 조개 속에 만들어진 귀한 진주는 값비싼 보물이 되는 법입니다. 이처럼 힘겨운 30년의 결혼생활은 '진주처럼 부부의 사랑이 꽃을 피워 빛이 난다'는 뜻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호흡하며 사는 사람들 가운데 시련과 고통 없이 편안하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이런저런 모래알을 품고 살아갑니다. 단지 그 고통과 시련을 대하는 삶의 자세가 다를 뿐입니다. 각자의 집안 내면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크고 작은 모래알이 없는 집이 없고 앓는 손가락이 없는 집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20세기 초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지휘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불멸의 지휘자로 알려진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입니다. 토스카니니는 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지휘자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원래 토스카니니는 이탈리아의 가난한 재봉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음악을 좋아하여 음악에 심취하였고, 9살 때부터 첼로와 피아노를 비롯하여 작곡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으로부터 그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아 관현악단에서 첼로를 맡아 연주하고 있었을 때 그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각한 근시안 때문이었습니다. 이 눈으로 첼로를 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던 토스카니니는 자신이 그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첼로 연주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악보 전체를 통째로 외워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라질로 공연하러 갔는데 지휘자가 가극과 문제를 일으켜 공연을 앞두고 지휘봉을 던져 버렸습니다. 공연 직전에 일어난 불의의 사건이라 당황한 가극단은 다급한 나머지 악보를 외우고 있었던 토스카니니로 하여금 지휘자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했습니다. 그때 토스카니니는 단 한 번의 리허설도 없이 단 한 번도 악보를 펼쳐보지 않고 평소에 암기하고 있는 대로 악보를 떠올리며 대곡 「아이다」를 완벽하게 지휘하게 됩니다. 관객들의 웅성거림은 점차 침묵으로 바뀌었고, 나중에는 감탄의 함성으로 변해 갔습니다. 제1악장이 끝난 뒤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새로운 지휘자의 탄생을 아낌없이 축하해 주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서 제대로 지휘 공부를 하지 못했던 첼로 연주자 토스카니니가 명 지휘자로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첫 무대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그의 미래는 단원의 첼로리스트가 아닌 전체 단원을 이끄는 명지휘자로 뒤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모든 공연을 암보(暗譜)로 지휘하는 그의 공연은 가는 곳마다 대성공과 함께 숱한 화제를 모았고 서른한 살에 당대 최고의 가극 장이던 밀라노의 리스칼라 극장의 음악 감독에 취임하며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유럽 최고의 지휘자로 급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시력이 나빴지만 초인적인 암기력을 발휘하여 토스카니니가 악보를 일체 보지 않고 지휘를 할 수 있었던 곡은 자그마치 교향곡 200여 곡과 오페라 100여 곡 이상 이었습니다.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위기와 어려움이 찾아왔지만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피나는 노력을 했었던 불멸의 지휘자 토스카니니! 그가 심각한 근시안으로 첼로 연주를 포기했다면 불멸의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토스카니니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의 나쁜 시력이 나를 명지휘자로 만들어 주었다”고.

 

위기와 기회는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준비된 자만이 그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각양의 고통과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때 절망의 잔을 마시고 삶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희망의 작은 끈을 붙들고 보이지 않는 꿈과 희망을 향하여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길까?’ ‘왜 나만 이렇게 아픔을 경험할까?’라고 생각하며 삶을 비관할 것이 아니라 이 고난과 역경을 통하여 네게 주시려는 값진 보화는 무엇일까? 하나님께서는 이 고난의 현장에서 내게 무엇을 예비해 놓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현실을 온전히 품고 고통의 크기만큼 커지는 영롱한 진주를 생산하는 진주조개의 삶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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